우리는 이제 최적화라는 연장통에서 기회비용이라는 매우 중요한 연장 하나를 추가로 소개할 준비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온라인 쇼핑의 예를 통해서 기회 비용 개념을 설명해보자. 온라인 쇼핑에 사용한 시간은 다른 활동에 쓸 수도 있었던 시간이다. 위의 예에서는 온라인 쇼핑과 알바 근무라는 두 가지 선택사항만을 언급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온라인 쇼핑을 하느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매우 다양한 활동들이 있다. 예를 들면 축구, 조깅, 멍 때리기, 수면, 친구와 통화하기, 밀린 이메일에 답변하기, 카톡하기, 숙제하기 등 그 목록은 끝도 없이 길어질 것이다. 온라인 쇼핑에 소중한 여가시간을 사용함으로써 여러분은 이런 대안적인 활동들에 쓸 시간을 희생하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으로 인해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대안들의 목록을 여러분도 한번 만들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다양한 대안을 중요도 순서로 정리해 보자. 대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친구에게 전화하기? 시험공부? 조깅? 온라인 쇼핑의 대안중에서 최선을 활동은 무엇인가?
한정된 시간을 배분할 때마다 우리는 교환상충관계에 직면한다. 어떤 일을 할 때는 다른 일을 포기해야 한다. 펜싱 동아리에 참여하느라 댄스 동아리 모임을 빼먹을 수 밖에 없는 식이다. 시험기간 중에 한 시간 더 자게 되면 그만큼 한 시간 더 공부를 하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지 못하게 된다. 기말논문을 작성하면서 동시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업데이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어떠한 활동을 미루는 방식으로 이러한 경제학적 논리에서 빠져나갈 수도 없다. 여러분이 지금 당장 기말논문을 쓰는 일을 미룬다고 해도, 제출 마감일이 다가오면 기말논문을 완성하기 위해서 경제학원론 기말고사 시험공부와 같은 또 다른 활동을 포기할 수 없게 될 뿐이다.
교환상충관계를 평가하는 것은 여러울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선택사항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최선의 대안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이렇게 대안적인 활동중에서 최선인 것을 가르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부른다. 최적화를 추구하는 경제주체가 여가 1시간을 배분하여 사용할 때 실제로 포기하는 그 무엇이 바로 기회 비용이다. 온라인 쇼핑에 대해 여러분이 메모한 최선의 대안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기 바란다. 그것이 바로 온라인 쇼핑에 대한 여러분의 기회 비용인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고 하자. 여러분은 지리산 등반, 해운대 해수욕장, 다도해 탐방과 같이 다양한 선택사항을 놓고 저울질할 것이다. 이 때 금전적인 비용과 시간은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만약 여러분의 첫 번째 선택이 다도해 탐방이고, 두 번째 선택이 해수욕장이라면, 여러분이 다도해 탐방을 행동에 옮김에 따라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은 해운대 해수욕장이 된다.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은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뛰어넘어 모든 교환상충관계에 적용할 수 있다. 목공예가가 아름다운 단풍나무로 조각품이나 그릇이나 사진특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자. 세 작품 모두 사용할 나무의 양이나 작업시간이 동일하다고 하자. 목공예가의 첫 번째 선택이 조각품이고 두 번째 선택이 그릇이라면, 조각품을 만드는 일의 기회비용은 그릇이 된다.
기회비용에 가치 부여하기 경제학자들은 자주 기회비용에 화폐가치를 매기려고 시도한다. 여러분의 1시간에 화폐가치를 부여하는 가지 방법은 1시간짜리 초단기 알바 근무를 새로 시작하거나 현재 하고 있는 알바에서 1시간 더 일할 때의 결과를 서로 비교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1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은 1시간의 노동을 통해 여러분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같거나 더 크다. 왜 그러한지 살펴보자. 알바 근무는 온라인 쇼핑에 대한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 만약 알바 근무가 이러한 대안들의 목록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알바 근무가 바로 온라인 쇼핑에 대한 기회비용이 된다. 하지만 알바 근무가 아니라 친구와의 수다가 대안 목록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어떨까? 이경우 친구와의 수다가 알바 근무보다 가치가 더 큰셈이다. 종합하자면 여러분의 기회비용은 알바 근무의 가치이거나 알바 근무의 가치를 초과하는 어떤 값이 될 것이다. 이러한 통찰을 현실 사례에 적용하여 정량적으로 살펴보자.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16~24세 노동자 집단의 중위소득은 시간당 $11이다. 일자리에는 시간당 임금이 얼마인지도 중요하지만 임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특성들도 함께 존재한다. 예를 들면 성미가 고약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것처럼 불쾌한 업무를 맡을 수도 있고, 업무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할 때도 있으며,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친절하거나 불친절할 수도 있고, 경력에 도움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이러한 임금 외적인 속성들을 잠시 무시한다면, 1시간 노동의 가치는 단순히 시간당 임금으로 측정할 수 있다. (물론 이때는 세후 임금으로 측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일이 수반되는 임금 외적인 속성들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서로 상쇄되지 않는다면, 노동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은 훨씬 어려워진다.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서 향후 분석에서는 우리는 시간당 $10 정도인 세후 임금에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하지만 어떤 일자리든 임금 외의 요소들이 수반된다는 점은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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