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구조의 소개
지금까지 우리는 판매자가 경쟁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가정하였다. 이는 많은 수의 다른 판매자들이 동질적인 재화를 생산하여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에 파는 상황이다. 기업은 단순히 수동적인 가격수용자이고, 보이지 않는 손이 구매자와 판매자의 사익추구 행위를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결과로 이끌었다.
완전경쟁시장을 공부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시장이 어떻게 균형을 찾아가는지에 대하여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시장 형태는 특수한 것이다. 좀 더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기업이 단지 가격수용자가 아니라 가격설정자(price-maker), 즉 재화의 가격을 설정하는 판매자가 된다. 이런 기업은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설정할 능력을 지닌다.
독점(monopoly)은 오로지 한 판매자만이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유사한 대체재는 존재하지 않는 산업구조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점기업은 다른 판매자들의 행동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독점기업이 선택한 가격은 해당 기업이 이윤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다.
시장지배력의 원천
시장지배력을 지닌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어떤 종류의 기업들이 이를 쉽게 획득할 수 있을까? 당신이나 당신 친구들이 매일같이 상대하는 기업들을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구글처럼 혁신적인 기업이나 당신 기숙사에 물을 공급하는 기업 같은 것 말이다. 결국 기업이 시장을 통제하는 힘, 또는 시장지배력은 진입장벽에 달려 있다.
진입장벽(barriers to cntry)은 잠재적 경쟁자로 하여금 시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장애물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경쟁으로부터 판매자를 보호한다. 진입장벽은 시장진입자를 완전히 배제하는 경우부터 신규 기업이 진입한 후에 기존의 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수준까지 다양하다.
진입장벽 때문에 발생하는 시장지배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법적 시장지배력(legal marketpower)과 자연적 시장지배력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더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법적 시장지배력
법적 시장지배력은 기업 자신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세워진 진입장벽으로 인해 시장지배력을 얻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러한 장벽은 혁신적 기업들에게 부여되는 특허나 저작권과 같은 형태를 띌 수도 있다. 특허(patent)의 경우, 정부는 개인이나 기업으로 하여금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셰링플라우사가 클라리틴의 생산, 판매를 위한 특허권을 신청하자, 정부는 20년간의 배타적 제조 및 판매 권한을 부여하였다. 저작권(copyright)의 경우 정부는 개인 또는 기업에게 지식재산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말콤 글래드웰(MalcolmGladvell)이 베스트셀러인 블링크(Blink)를 썼을 때, 그는 책에 대한 저작권을 획득했다. 이는 그가 정부로부터 다른 어느 누구도 그의 허락 없이는 책을 인쇄하여 판매할 수 없도록 보장받았음을 의미한다. 글래드웰은 자신의 책 판매에 있어서 실질적 독점권을 부여받은 것이다. 저작권의 보호수준은 나라마다 다르며, 많은 경우에는 저자가 죽은 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저작권은 저자의 사망 이후에도 수십 년간 지속된다.
이러한 배타적 권리는 한때는 혁신가였던 독점기업에게 상당한 이익이 된다. 예를 들어 셰링플라우사나 말콤 글래드웰은 완전경쟁 상황에서 나타날 수준보다 높게 가격을 매길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되므로 우리 모두에게 손해다. 하지만 몇 가지 희망적인 요소들도 있다. 첫째, 특허와 저작권은 한시적일 뿐이며, 보호되었던 재화들도 결국에는 공개되고,그 시점에는 다른 생산자들도 이를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이른바 대박을 치는 약물이나 베스트셀러 책들은 만들어 내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따라서 창조적 행위에 대한 강화된 인센티브가 없다면 신약을 만들거나 베스트셀러를 쓰기 위한 고비용의 투자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연적 시장지배력
진입장벽을 흔히 만들어 내는 두 번째 원인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발생이다. 자연적 시장지배력(natural market power)은 어떤 한 기업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진입장벽을 통해서 시장지배력을 얻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렇게 분류되는 것들로서 독점력의 원천이 되는 두 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
1. 독점기업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자원을 통제하거나 소유한다.
2. 적정한 생산량의 범위에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핵심자원의 통제
핵심자원(key resources)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적인 물질들을 의미한다. 기업이 자연적으로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가장 기본적 방법은 (가까운 대체재가 없다는 가정하에) 이러한 자원의 공급 전체를 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집을 빌리려는 사람이 호수가 보이는 아파트에는 집세를 추가로 낼 의사가 있는데, 호수 전망이 있는 아파트 단지는 하나밖에 없다면, 그 아파트 단지의 소유주는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De Beers)가 세계 다이아몬드 광산의 생산 80%를 통제함으로써 20세기 내내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비슷하게 알코아(Alcoa)사는 보크사이트(알루미늄 광석) 광산의 소유를 통해 핵심적 생산자원을 통제한다.
다른 종류의 핵심자원으로는 개인의 전문성이 있다. 예를 들어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검색엔진의 설계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구글의 지배력은 창조적 재능을 핵심적인 경제자원으로 보유한 이들 두 사람으로부터 생겨났다.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이베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웹사이트들도 핵심자원을 통제하고 있다. 그들은 많은 수의 이용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럴수록 이용자들이 느끼는 가치는 네트워크 외부효과로 인해 상승한다. 네트워크 외부효과(network externality)는 어떤 제품을 소비자들이 더 많이 사용할수록 그 자치가 상승할 때 발생한다. 이베이에는 가장 많은 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기 때문에,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이베이에서 자신의 물건을 파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런 식의 수요자와 공급자 간 네트워킹은 우버(Uber)의 플랫폼에서도 이루어지는데, 더 많은 탑승자가 네트워크에 합류함에 따라 더 많은 운전자들도 합류한다. 비슷한 이유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라는 브랜드 오는날 사회적 관계망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자원을 소유하게 되었다. 매일 이루어지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접속이 바로 그것이다. 페이스북은 오늘날 마이스페이스(MySpace)보다 사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훨씬 더 가치가 높다. 이러한 사실은 다시 더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인다. 이런 식으로 해서 네트워크 외부효과는 페이스북에 대한 이윤창출의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
규모의 경제
독점기업들이 형성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실리적이기 때문이다. 전기를 송전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만일 당신의 동네에 송전회사가 여럿 있다면, 여러 묶음의 전선들을 동네에 설치해야 할 것이고, 이들 여러 회사가 사업을 개시하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은 엄청날 것이다(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인 당신에게 이 비용이 전가될 것이다).
이런 경우 한 기업으로 하여금 동네 전체에 송전을 하도록 하는 것이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더 낫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개당평균총생산비용(ATC)이 낮아질 때 발생한다. 전력회사가 송전량을 늘리면 평균총생산비용은 줄어든다. 그 이유는 전력회사가 새로운 지역에 전력을 보내려면 초기 고정비용이 많이 들 것이지만 더 많은집에 송전을 하게 되면 이 비용은 더 많은 가구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한계비용을 일정하다고 가정했음을 주목하라. 이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생산영역에 있어서 한계비용이 변화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관련된 생산범위에서 규모의 경제를 보이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한 기업만을 시장에 남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렇게 하면 여러 기업이 생산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경우를 자연독점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은 한 기업의 규모의 경제효과로 인해 재화나 서비스를 단독으로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에 나타난다. 종종 그런 기업은 그 시장에서의 최초의 공급자이며, 대량생산을 통해 얻어지는 비용상의 우위는 경쟁자가 될 만한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한다. 자연독점의 예로는 상수도, 천연가스, 전기 같은 것들이 있다.
여러분은 왜 페이스북, 트위터, 이베이 같은 기업들이 자연독점이 아닌지 궁금할 것이다. 이들 세기업은 모두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가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왜 이 기업들은 자연독점 기업으로 간주되지 않을까? 자연독점은 규모의 경제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즉 주요한 생산범위에서 기업의 ATC 곡선이 우하향해야 한다. 그러나 네트워크 외부효과는 소비자에 대한 혜택으로 인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와는 관련이 없다. 어떤 재화들은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동시에 나타내기도 하는데, 컴퓨터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나 전화 네트워크 같은 것들이 그렇다.
법적 수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독점과는 대조적으로, 자연독점은 해당 산업의 독특한 비용조건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조건 때문에 자연독점 기업들은 법적 수단에 의해서 독점이 된 기업보다는 잠재적 진입자에 대한 걱정을 덜 한다. 제약산업이나 다이아몬드, 인터넷산업과 같은 독점산업의 높은 경제적 이윤은 벌이 꿀에 달려드는 것처럼 진입자를 끌어들이지만, 자연독점 상황에서의 경제적 이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잠재적 진입자의 입장에서는 진입을 하더라도 시장을 분할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자연독점 기업만큼 비용이 낮아지지 않을 것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런 시장의 분할은 각 판매자의 비용을 훨씬 높이고, 이윤은 낮춘다.
이는 현재 독점화된 산업이 더 경쟁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장이 충분히 커짐에 따라서 자연독점이 다수의 판매자가 존재하는 시장으로 진화한 사례도 많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에 걸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는 거의 모든 웹사이트 접속에 있어서 기본으로 사용되는 브라우저였다. 최고시점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점유율은 95%에 달하였다. 하지만 인터넷에 접속하는 가구가 급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였다. 새로운 브라우저를 개발, 코딩, 시험 및 마케팅하는 데 상당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수요의 증가는 모질라 파이어폭스(Mozilia Firefox)와 구글의 크롬(Chrome) 등에 기회를 제공했으며,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시장점유율은 70% 이하로 하락했다.